[태종수 칼럼] 위험한 직업

미국에 이민 와서 잘살아 보려고 고생하며 애쓰던 한 젊은 목숨이 갔다. 지난 크리스마스 며칠 전 애틀랜타의 한 리커스토어 한인 업주가 무장강도와 총격전을 벌이다가 목숨을 잃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붐비던 점포 안에서, 강도가 10여 명의 고객을 이미 총으로 위협하여 엎드려 놓은 상황에서, 계산대 뒤편 사무 공간에서 문을 열고 나와 강도와 총격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풋볼 유망주라던 19세의 강도는 총상을 입고 도망치다 쓰러져 죽었고 계산대를 보던 종업원은 유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 한인 업소에서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약 반년 전에도 애틀랜타 교외 둘루스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던 한인 업주가 금품을 요구하는 무장강도와 총격전을 벌이다 총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다.

경찰이나 FBI 전문가들은 강도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고 절대로 저항하거나 싸우지 말라고 한다. 이런 조언을 몰랐을 리 없는 리커스토어 주인이 권총을 빼 들고나와 강도와 총격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듣는 사람을 더 안타깝게 한다. 지나간 일을 왈가왈부해 봤자 무엇하랴만 강도의 요구가 목숨을 걸 정도로 큰일은 아니다. 설사 점포 전체를 다 잃는다 해도 목숨과 바꿀 수는 없다. 주인이 자녀를 넷이나 둔 40대 가장이라는 보도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녀 중 첫째가 10대 초반이라고 한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극한직업으로 보통 소방관이나 경찰, 건설현장 근로자를 든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해도 정도의 차이뿐이지 직업상의 위험(occupational hazard)은 따르게 마련이다. 라이프가드는 아무리 수영의 달인이라 해도 물에 빠진 사람 구하다 자신이 익사할 수도 있고, 소방관은 진화 작업 중 질식하거나 잘못 화염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경찰이 총 맞고 다치거나 숨지는 일은 흔한 일이고 의사는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환자를 통해 병에 전염될 확률이 높다.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에볼라 같은 치명적 전염병에 노출되어 숨지는 의료봉사자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고 한 신문 보도도 읽은 적이 있다. 의사들에게는 의료 과오 소송(malpractice suit)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직업 재해다.

우리가 인생의 진로를 정하거나 취직을 할 때 이런 위험 부담을 심각하고 철저하게 미리 고민하는 일은 드물다. 직업 재해 때문에 일생이 망가지는 일은 그리 흔치 않으니 이런 장애는 구우일모(九牛一毛)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보통이다. 하물며 낯설고 물선 외국 땅에서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에 처한 이민자는 직업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위험 부담을 크게 따질 여유가 없다. 각별히 조심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면 별 큰일이야 있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로 위험을 무릅쓰다 보면 설마가 사람 잡는 일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한국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만도 아니다. 현직 대통령을 빼고 11명이 대통령 자리를 거쳐 갔다. 내각 책임제 하의 대통령과 과도기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대통령 중 두 명은 감옥에 갔고 한 사람은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한 명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감옥행이 거의 확실시 된다. 4·19로 물러난 후 망명한 대통령과 부하에게 암살된 대통령을 합치면 9명 중 6명(67%)이 직업 재해를 당한 셈이다. 온전히 남은 사람은 셋인데 그중 두 명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나머지 한 명의 운명도 최근 적폐청산 운운하는 통에 그 앞길을 점치기 어렵다. 세상에 이렇게 위험한 직업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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