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니카라과 땅을 다시 밟으며

조무제 목사

공항문을 나서자 화씨 90도까지 달아오른 대기의 열기가 얼굴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애틀랜타의 추운 겨울날씨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올해도 2월 첫주일 예배후 교회의 집사님들과 함께 니카라과 단기선교를 떠났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팀원 가운데는 10년 연속 다니는 분도 있다. 델타 직항은 4시간 이지만, 저가 항공 ‘스피릿’ 으로 원스톱 노선을 타면 9시간이 소요된다. 단 한 푼이라도 더 선교 현지에 쏟아붓기 위해, 단기 선교팀은 매년 차라리 육신의 고단함을 선택한다.

한 가정은 여름 가족 휴가를 포기하고, 초·중학교 자녀 4명이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가족 모두 이번 선교 여행에 동참했다. 바하마 크루즈 3박4일, 올랜도 4박5일 가족여행을 포기하는 귀한 선택이다. 목적지는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 국제공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선교 캠퍼스. K선교사님이 2003년 가녀린 여자 몸으로 띠삐따빠 지역 빈민가 빈 들판의 한 헛간에서 홀로 시작했다. 빈민구제와 교육활동이 이제는 여러 교회의 후원으로 교회와 학교 그리고 농장까지 갖춘 멋진 선교 캠퍼스가 됐다. 니카라과 수도권 빈민가에 하나님이 이루신 ‘띠삐따빠의 기적’으로 불린다.

10년을 한결같이 이곳에 단기선교를 참여한 집사님은 갈때마다 매년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것처럼 텅 빈 황폐한 땅에 교회가, 학교 건물이, 기숙사가, 농장이 들어서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그 과정에는 현지에 삶을 헌신하신 선교사님과, 애틀랜타 연합장로 교회를 비롯한 미주 한인교회들과 미국 기관의 기도와 후원이 있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안락한 휴가를 포기하고, 선교 여행을 선택하여 직접 선교 캠프와 현지 주민들을 섬겨왔다. 애틀랜타 연합장로교회만 해도 지난 10년간 400명 안팎의 교인들이 선교로 니카라과를 방문했다.

니카라과는 미주 대륙의 배꼽처럼 정중앙에 있는 국가로 조지아주만한 땅에 인구는 6백만명이다. 미국과는 불편한 관계였다. 20세기 초 루즈벨트 대통령이 ‘나쁜 xx지만 우리 미국의 나쁜 xx’라고 욕하면서도 감쌌던 소모사 친미 독재정권이 1979년까지 50년 가까이 니카라과 국민들을 신음케 했다. 사회주의 혁명정부는 1980년대 내내 미국이 뒤를 봐주던 반군과 또다시 내전을 벌여야 했다. 한국이 반독재 데모로 몸살을 앓던 1980년대 중반, 니카라과 사회주의 정부군 ‘산디니스타’를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적국 이란과 밀거래하면서까지 니카라과 반군(콘트라)에게 무기를 제공해온 ‘이란-콘트라’스캔들이 타임지 표지뉴스로 장식하던 시절이었다.

역사와 상관없이 니카라과 자연환경은 무척 아름답다. 미국인들에겐 최근 코스타리카를 대체할 새 관광 및 은퇴지로 떠오를 정도다. 활화산이 많아 화산공원 산꼭대기에서는 용암을 육안으로도 볼 수도 있다. 바다같은 호수에 몽글몽글 연기와 구름이 걸려있는 화산 봉우리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늘엔 공룡새가 날아다니지 않을까 착각에 빠지는 곳이다. 낮에는 연중 화씨 90도(섭씨 35도)안팎의 늘 여름이고, 바다같이 큰 두 호수의 주변에는 말들이 자유롭게 달리며 노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니카라과 현지인들의 삶은 이처럼 목가적이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살인율은 중남미에서 가장 낮지만 성폭행율이 가장 높아 세계 4위다. 피해자의 절반이 14세 미만 어린이다. 10대 미혼 임신율이 세계 1위다. 중남미 국가중에서 가장 가난하다. 선교 캠퍼스 인근 마을에 가정 방문을 해보면, 수도권인데도 아직도 집안의 방바닥이 맨땅이고, 맨발로 흙을 밟고 사는 걸 볼 수 있다. 상하수도는 사치다. 건기라서 풀도 없어 먼지만이 날리는 빈 들판에 태양이 가장 뜨거운 오후 2~4시가 되면, 동네 한가운데 길거리엔 풀풀 날리는 흙먼지를 다 뒤집어 쓴 채 큰 드럼통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온 여인들이 줄을 서 있다. 마실 물을 받아가기 위해서다.

성경에 나오는 우물가 여인이야기가 현실이 된다. 발가벗은 채 길거리를 방황하는 광인같은 성인 남자도 만난다. 눈먼 아이와 병들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허다하다. 이처럼 비행기를 타고 불과 네댓시간만 가면, 2000년전 성경속 로마시대나 있을 법한 절망에 빠진 고단한 인생들의 삶을 눈앞에서 만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글로만 읽던 하나님의 역사와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선교를 한번 가게 되면, 안락한 해외여행의 기회비용을 포기하고서 돈을 모아서라도 또 다시 선교에 도전하게 된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선교의 귀한 축복에 적극 참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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