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수 칼럼] 월드컵 종착역을 앞두고

월드컵 종착역이 눈앞이다. 약 한 달 동안 32개 팀으로 시작한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에 오른 팀들의 토너먼트가 마지막 두 팀의 결승만 남겨 놓고 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간의 챔피언 결정전은 오는 일요일이다. 본선 토너먼트 준결승에 오른 네 팀이 모두 유럽팀이니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앞세운 남미 축구가 유럽 축구에 당한 형국이다. 예선리그에서 16강에 오른 팀 중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일본이 유일한 팀이었는데 2-0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종반에 무너져 8강 진출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2002년 한국은 4강까지 갔었지만, 일본은 8강에조차 가본 역사가 없다. 유럽과 남미 축구는 넘기 어려운 산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월드컵의 제일 큰 이변은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 전차군단을 무찔러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란 수모를 당하게 한 일이다. 한국도 16강 진출은 못 했지만, 세계랭킹 1위, 지난 월드컵 우승 그리고 월드컵 4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소유한 축구 강국 독일을 이긴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월드컵 사상 오래 기억될 일이다. 손흥민 선수가 전력 질주해서 텅 빈 독일 골에 쐐기골을 차넣고 독일을 무너뜨린 후 나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부하들에게 했다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보통 축구를 풋볼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풋볼 하면 미식축구를 말하고 축구는 싸커(soccer)라고 한다. 싸커의 미국 내 인기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에 훨씬 못 미친다. 남미 이민자의 증가와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1996 출생) 간에 축구 인기가 빠르게 향상하는 추세이긴 하나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는 미국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에 미국은 조별리그 이전에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서 러시아에 선수단을 보내지도 못했다.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끝나고부터는 응원할 팀이 없어 재미가 덜했다. 미국 팀의 경기를 볼 수 있으면 흥도 나고 이처럼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응원할 팀이 없으면 좀 허전하다. 스포츠 팬이 이래서 생기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축구보다 다른 스포츠에 관심을 쏟는 보통 미국 사람에게는 미국이 빠진 월드컵이 흥밋거리가 될 까닭이 없다. TV로 경기 중계를 보면서 내가 어려서 학교 다닐 때 흔히 듣던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앙꼬는 빵이나 떡 속에 넣는 팥을 말하는 일본 말이다. 미국의 월드컵 TV 시청률이 이번에는 바닥을 친다는 보도에 수긍이 간다.

월드컵 중계 중에 나온 커머셜 중에 더러는 미국 부재라는 사실에 착안한 약삭빠른 것도 있다. 폭스바겐의 ‘폭스바겐 같이 타자(Jump on the Wagen)’는 커머셜이 그중 하나다.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스위스 등의 선수들이 미국이 월드컵에 참가 못 한 것을 위로하며 자기들 차에 동승하자고 권하는 식이다. 미국이 자기 나라를 응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을 사주면 더 좋고.

또 하나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것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포르투갈 호날두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젊은 선수들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 확실하다. 차세대의 주역으로는 브라질의 네이마르 그리고 이제 겨우 20살이라는 프랑스의 킬리언 음바페 등이 돋보인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국가 대표 팀 선수 크리스천 풀리식(Christian Pulisic)의 이야기가 ‘CBS 60 Minutes’에 방영되기도 했다. 19살인 그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팀의 슈퍼스타이고 펠레, 메시, 호날두를 이어받을 재능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는 2017년 미국 올해의 축구선수로 선정되었고 그를 두고 ‘미국 축구의 아이콘’이라는 말도 한다. 4년 후 카타르 월드컵에서 풀리식과 미국팀의 활약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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