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10억 증여받아 아파트 구입"...집값 급등 뒤에 겁없는 30대 큰 손

지난해 8·2대책 후 30대 주택 매수 늘어
40대 제치고 아파트 시장 '큰 손 부상
집값 뛰면서 불안감에 뒤늦게 나서
공격적 투자 성향도 한몫해
부모 증여 많아 '금수저' 논란도

집값이 많이 오른 올해 들어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샀다. 뒤늦게 주택시장에 뛰어든 이유와 주택 자금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증을 낳는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 거래량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세대가 있습니다. 29세 이하입니다.…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입니다.”

지난해 6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사의 일부다. 지난해 5월과 이전 해인 2016년 5월 거래량을 비교해 인기 지역 20대 거래 증가를 투기의 증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만이 아니라 그해 8·2대책이 나오기 전 6~8월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 현황을 보더라도 20대 증가가 두드러졌다. 6~8월 거래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과 2016년 각각 2.6%, 2.8%였는데 2017년엔 3.1%였다.

장관의 지적에 찔끔했는지 지난해 8·2대책 후 20대 비율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올해 1~9월을 보면 3.0%다.

김 장관이 투기의 채널로 지목한 20대를 제치고 지난해 8·2대책 후 떠오른 연령대가 있다. 30대다. 30대 거래 비중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40대를 누르고 주택시장의 가장 ‘큰 손’이 됐다.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30대 비율이 29.5%로 가장 높다. 다음이 40대 29.2%, 50대 21/3% 등이다.

지난해까지도 40대가 최고였다. 30대는 지난해까지 27%대에서 올해 2%포인트 올라갔고 40대는 30% 아래로 내려왔다. 50대도 1%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지난해 이후 분기별 현황을 보면 집값이 뛸 때 30대가 매수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27%에서 지난해 8·2대책 전 28%까지 올라갔다. 8·2대책 후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 다시 오른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엔 30%를 넘기도 했다. 올해 2분기 강남권이 약세를 보이는 동안 내려갔다가 9·13대책 나오기 전 급등기 동안 다시 상승했다.
자료: 김상훈 의원
30대가 집값이 한참 오른 뒤 뒤늦게 주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가 뭘까.

“막차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7월 강북지역 아파트를 사들인 30대의 말이다. 그는 원래 매수할 생각 없이 집을 알아봤다고 했다. 매도 호가가 처음에 11억6000만원이었는데 2주 사이에 12억원으로 오르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매수를 고민하던 2주 새 다시 4000만원이 오르자 그는 서둘러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서 이번에도 놓치면 앞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컸습니다.”

최근 집값이 물가상승률이나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많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긴 탓도 있다. 결혼하면서 임대로 시작해 주택을 사고 집 크기를 키워가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저축 금액보다 집값이 훨씬 빠르게 오르다 보니 사다리의 여러 단계를 건너 바로 구매 단계로 넘어간다.

요즘 30대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비트코인·주식에서도 30대 비중이 크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집값 하락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30대는 ‘용대리’로 불린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후 입사해서 증시가 급락하는 걸 경험하지 못한 젊은 직원을 용감한 대리, 줄여서 ‘용대리’라고 하는데 이들은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할 뿐 아니라 본인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료: 2017 서울주거실태 조사
그런데 이것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올 1월에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6억7000만원이었다. 서울에서 무주택자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까지 대출받더라도 3억3500만원의 자기 자금이 있어야 한다. 30대에 이만큼의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부족한 자금은 대개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대 모두 증여세를 내고 증여받아 자금을 보탰다고 했다. 한 명은 10억원을 증여받아 3억원을 증여세로 냈다고 했다.

8·2대책의 다주택자 세제 강화가 자녀 증여 연령을 20대에서 30대로 높인 면도 있다. 양도세 등 다주택자 세금이 무거워지면서 20대 증여가 많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20대는 경제력이 없을 경우 세대 분리 인정이 안 된다. 30세 이상이어야 세대를 분리해 주택 수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다주택을 피하기 위해 30대 자녀에게 현금 증여를 통해 우회적으로 주택 마련을 해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본다. 다주택자들은 올해 주택 증여도 활발하게 했다. 증여로 주택 수를 줄이면 양도세·종부세 등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주택시장의 30대 부상은 주택 수요층이 두꺼워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무리한 매수는 가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대출 원리금 부담으로 가계가 압박을 받고 집값이 하락할 경우 충격이 크다.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은 갭 투자의 경우 앞으로 전셋값이 내리면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부모의 현금 증여를 통한 주택 구매는 ‘금수저’ 대물림으로 주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30대 주택 매수 증가의 그늘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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