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역사 칼럼] 마리화나와 아메리카

고려말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와서 목화를 퍼트리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은 삼베옷을 주로 입었다고 한다. 삼베옷이란 삼(Hemp)이라는 식물의 줄기 껍질을 잘게 쪼개서 실로 만든 다음 그 실로 짠 천으로 만든 옷을 말한다. 삼베옷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동물의 가죽이나 나뭇잎, 나무껍질을 이용한 옷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삼베옷은 하나의 혁명적인 제품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베옷의 주재료인 삼이라는 식물이 바로 대마(大麻)이다. ‘대마’는 환각작용이 있는 것으로 유명해서 우리가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대마초이다.

대마초는 흔히 ‘마리화나’라고 부르는데, 공식 명칭은 ‘Cannabis’이다. ‘Cannabis’는 특별한 경우에만 쓰이고, 대개는 ‘마리화나’ 혹은 다른 별명으로 부른다. 대마를 부르는 별명은 영어로만 해도 수백 가지나 되며, 속어로 부르는 것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다. 미국 길거리에서 흔히 쓰이는 것 중 대표적인 명칭을 소개하자면, Weed, Pot, Grass, Green, Bubba, Skunk, Hay, Mary Jane, Rope, Dope, Nuggets, Joint, Boo 등 무수히 많다. 대마의 통상적인 이름인 ‘Marijuana’는 스페인어에서 온 말로 영어의 ‘Mary Jane’에 해당하는 말이다. 스페인어식 발음으로 읽어야 하니까 ‘마리화나’라고 발음한다.

영어 스펠링에서도 원어를 존중해서 ‘Marijuana’로 철자를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끔 ‘Marihuana’라고 쓰기도 한다. 발음대로 적다 보니까 ‘Marihuana’로 착각하여 쓰다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 3국에서는 한자로 ‘마’(麻) 라고 부르고, 순수한 우리말로는 ‘삼’이라고 하며, 크게(?) 불러서 대마(大麻)라고 이름 지어 부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약’이란 코카인, 아편, 헤로인 등등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모든 약물을 말하지만, 명칭으로만 보면, ‘마약’(麻藥) 은 결국 ‘삼’의 약이라는 뜻이 된다. 이런 마약이 마취제로 쓰는 경우에는 마비된다는 뜻의 한자를 써서 마약(痲藥)으로 표기한다.

마리화나(대마)의 원산지는 중국의 남부 혹은 인도로 추측되고 있다. 이곳에서 이미 고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대대로 대마를 재배하여 삼베옷을 만들어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마는 원래 상당히 왕성하게 자라는데, 최고 6미터 이상까지도 자라지만, 소형으로 종자를 개량한 경우도 있다. 대마는 인류가 이용해 온 약재 중 가장 오래된 약재 중의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마는 현대까지 인류가 매우 착하게(?) 이용해 온 셈이다. 어떤 사회에서는 종교적으로 신성시하기도 했으며, 오락용으로만 이용해 왔으니까 말이다. 이렇듯 대마가 약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옷감의 재료가 되어 인류가 헐벗고 사는 것을 면하게 해주는 상당히 유용한 작물이다. 미국에서는 과거에 밧줄을 만드는 데에도 대마를 많이 사용했었다. 다만, 현대에 와서 사람들이 대마초를 마약의 한 종류처럼 악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대마초의 한 종류로 ‘Hemp’라는 작물이 있는데, 모양과 생태는 거의 같으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트로나비롤’(THC) 이라는 화학 성분이 Hemp에는 적고, 마리화나에는 좀 많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THC의 함량이 0.3% 미만이면 Hemp로 취급되고, 0.3% 이상이면 마리화나로 분류된다. 결국 THC의 함량이 0.3% 이하이면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그 이상이면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는 뜻인데, 과연 꼭 그렇게 뚜렷하게 구분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아마도 대강 그렇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대개는 대마의 잎이나 꽃을 말려서 담배처럼 불을 붙여 연기로 흡입하여 피우는 것이 보통이고, 잎이나 줄기에서 진액을 채취하여 말려서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액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농도가 짙어서 환각 효과가 강하다. 이것을 아랍 지역에서는 ‘해시시’(Hashish)라고 부른다. 이렇듯 대마초에는 사람의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으며, 중독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는 실정이다. 즉, 대마초가 마약이냐 아니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마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대개 대마초는 다른 마약 종류처럼 인체에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대마초에 중독성이 없다는 것은 확실치 않다. 생리적으로 중독성이 강하지 않는 것도 불분명한데, 설사 생리적으로는 중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중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마초 섭취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형편이다. 미국과 유럽 몇몇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현재 많은 나라에서 대마초를 인체에 섭취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대개 의료용으로 쓰이는 때에만 합법화해 주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대마초 정당까지 탄생해서 대마초의 합법화를 위해 활동 중에 있다. 한편, Hemp에서 추출한 CBD(Cannabidiol)라는 제품이 환각 작용이 덜하다고 해서 미국 일부 주에서 CBD의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점차 CBD의 판매를 허용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왜 대마초는 환각 작용이 있는 물질을 갖게 되었을까. 아마도 벌레들의 공격을 막으려고 그런 물질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벌레들을 환각에 빠지게 해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다. 이제는 벌레 대신에 인간들이 환각에 빠져 흐느적거리고 있으니 무척 흥미롭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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