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한국 유학생 한숨돌렸다…“유학생 비자취소 새 규정 철회”

<온라인 수강>
하버드·MIT가 낸 가처분 소송서
연방지법 “미 정부, 철회 합의해”

컬럼비아대 졸업식. [AP]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 강의만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새 이민 규정을 발표 8일 만에 철회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미 대학 유학생 100만여 명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앨리슨 버로스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미 정부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이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버로스 판사는 “미 정부는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번 정책의 집행은 물론 결정 자체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4분도 안돼 심리를 마쳤다.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 F-1 및 M-1 비자 학생들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하버드와 MIT는 8일 이 조치에 대한 집행 중단 가처분 신청과 금지명령 구제 청구 소송을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고 14일 첫 심리가 열렸다.

조지아 최대 사립대학인 에모리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59개 대학은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서(amicus curiae brief)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문서에서 실제로 ICE가 한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ICE는 당초 100% 온라인 수업 방침을 정한 대학에 수업 실행 계획 변경을 위한 보고 기한을 주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수업을 택한 대학에 다니는 F-1 비자 외국인 유학생이 최소한의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오는 8월 4일까지 발급할 수 있는 기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드폴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드폴대의 수업 과정에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입국 심사 관리들은 수업 미등록 학생은 새로운 비자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한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막았다고 이들 대학은 전했다.

하버드대도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민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1번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재판부에 제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적의 하버드대 2학년생인 1번 학생은 같은 날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려다 출국 자체가 거부됐다. “F-1 비자 소유자는 (미국으로의) 여행 허가 승객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항 요원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와 MIT가 제기한 소송에 200여 개 대학이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고, 매사추세츠주 등 17개주 법무장관은 이번 정책에 반대하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트럼프 행정부를 더욱 압박했다. 결국 8일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꼬리를 내리면서 하버드대를 비롯해 100% 온라인 강의 계획을 세운 미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걱정을 덜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미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만5299명으로, 이 중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만2250명으로 집계됐다.

배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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