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꿈은 이루어졌다

2020년 8월 4일은 한인 이민사에서 한 획을 그은 날이다.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미국인 참전용사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근 반세기만이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날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운전면허증 참전 표기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전쟁, 또는 분쟁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으로 군 복무한 미국 시민이자 조지아주 거주민에게 참전용사 면허 발급을 허용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전 법은 미국 시민이자 조지아 주민으로서 미합중국 군인으로 베트남에서 복무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이번 쾌거는 작게는 애틀랜타 한인들에 의해 추진된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첫 사례이자, 나아가 미주 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결과는 세 차례 표결에서 모두 만장일치의 해피 엔딩이지만, 과정은 드라마만큼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법안이 올 2월 하원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때만 해도 순풍을 만난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으로 주의회가 휴회하는 바람에 첫 번째 무산 위기를 맞았다.

주의회가 재개된 직후 상원 전체 회의에 상정됐으나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이 법안에 베테랑 면허와는 전혀 관계없는 해당 조항을 삽입해 수정이 이뤄진 것이다.

다행히 수정 법안은 상원 전체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수정된 탓에 다시 하원 전체회의에서 가결되어야 최종 확정되는 상황이 됐다. 드디어 회기 마지막 날. 시간 관계상 다른 법안에 밀리면 상정되지 못한 채 무산될 수도 있었다. 결과는 찬성 160대 반대0.

베테랑 면허증을 받는 것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인들의 공로를 미국 정부에 의해 공식 인정받는 것이다. ‘한국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주지사가 재임하는 메릴랜드주가 현재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주의회에서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3년 오레곤주 하원도 한인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에게 주 정부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의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은 앞으로 다른 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혈맹은 영원하다는 것을 미국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단초가 됐다.

여기에는 산파 역할을 한 미 동남부 월남전참전 국가유공자회(회장 조영준)가 가장 애를 썼지만,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친한파 주 의원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법안은 공화당의 빌 히친스, 테리 로저스 의원, 민주당의 마이클 글랜튼, 샘 박, 비 닝궨, 앨 윌리엄스 의원 등이 초당파적 협력 아래 발의했다. 한국계인 샘 박 의원의 활약도 천군만마였다. 법 개정에 필요한 서류를 함께 준비한 주디 핀처도 숨은 공로자다. 그동안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친한파 주 의원들과의 이른바 ‘풀뿌리 민간외교’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주지사 서명식 참석을 두고 진통을 겪은 것은 옥의 티였다. 유공자회 현직 임원단이 아무도 참석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조영준 회장은 이와 관련, “회원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서명식이 중간에서 연락을 맡은 자원봉사자 1명 때문에 이상하게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서명식 참석자의 명단은 법안 발의자인 히친스 의원과 연락을 맡은 한인 자원봉사자 브라이언 김씨가 카카오톡을 통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에 공헌을 한 사람들 위주로 초청했다고는 하지만 조 회장과 자원봉사자 김씨의 사이가 틀어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게 협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초청받은 인사 가운데 아무도 현직 회장에게 초청장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 하긴 한인 이민사에 이정표를 세우는 현장에 참석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겠다. 이같은 갈등에 대해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이래저래 뒷맛이 씁쓰레하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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