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위대한 나라

지난 2분기(4월–6월)에 미국경제는 -32.9%(연율)로 폭락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1947년부터 시작한 분기 성장률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한국은 -3.3%를 기록하며 코로나 비상시국에 나름 선방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두 숫자를 바로 비교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은 소위 연율이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연율이란 분기별 통계치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2분기의 성장률로 1년간 성장한다면 -32.9%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9.5% 감소했다. 이 또한 전례없이 낮은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주범은 의심의 여지 없이 코로나바이러스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과 교역이 중단되고 소비가 위축되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래서인지 시장은 심하게 놀라지는 않는 분위기다. 유수한 경기예측 전문기관의 추정치보다는 오히려 다소 좋은 편이었다. 3분기에는 다시 20%(연율)정도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예측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낙관론의 근거는 코로나 사태가강력하지만, 일시적인 영향을 줄 뿐이고 경제는 여전히 튼튼하다는 믿음에 있다. 또한 빠르면 연말까지 백신이 개발, 보급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3분기도 별 소득 없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앞다투어 경제 정상화를 시작했던 몇몇 주들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고 다시 문을 걸어 잠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8월은 휴가철에 개학을 앞두고 있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간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시장을 고소하는 어떤 주지사도 있었고, 가을학기에 대면 수업을 시작하려는 대학을 고소하는 학부모단체도 있다. 이번 사태를 맞는 각자의 처지와 생각이 너무나 달라서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되어 버린 것 같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 중의 하나다. 인구증가에 따른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조건이다. 국가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가 국내총생산(GDP)이다. 이 지표는 사실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과 중국이 1,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라별로 인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 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비교해 보면 미국은 현재 10위권에 간신히 머물러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문이 있는데. 바로 군사비 지출이다. 미국은 혼자서 세계전체의 군사비 지출에 3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군사비 지출이 많은 열 개의 나라를 합친 것보다 많다. 수감자의 숫자가 가장 많은 나라도 미국이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기대수명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고, 영아사망률은 가장 높다. 교통사고나 총기사고로 숨지는 아이들의 숫자도 가장 높다. 교육부문을 보면 수학은 40위, 과학은 25위, 읽기 능력은 24위에 머무른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진된 세계인구 네명 중의 한명이 미국에 있다.

언제부터 미국이 내세울 것이 경제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제는 그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고, 현 정부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경제 자유도는 17위에 그치고 있고, 전 국민 여덟명 중의 한명은 최저생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이고 어린아이들은 다섯 명 중의 한명이 빈곤상태에 있다. 일 인당 가장 많은 의료비를 쓰는 나라이지만, 이번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2주가 지나도록 검사결과를 받지 못했다는 어떤 지인의 말을 들으면서 내 귀를 의심했다.

4년 전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던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미국의 ‘위대함’이란 어떤 것이냐고. 경제 대국? 군사 강국? 코로나 시대에 ‘위대함’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까?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로소 개인의 숨겨진 인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국가의 저력 또한 어려운 시기에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경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덮으려고 하지 말자. 사실 경제는 좋을 때보다는 힘들 때가 더 많았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몇몇 사건 중에서 진주만 공습으로 24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9·11 테러로 죽은 사람이 3000명가량 된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미 미국에서만 16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주검을 보아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을까!


하인혁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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