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자들 "오히려 근무시간 늘었다"

하루 평균 48분 더 일해
온라인 회의도 13% 증가
NBER 310만 근로자 조사

지난 4월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이 모 씨는 3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 체크가 새로운 일상이다. 회사가 설치한 근태관리 스마트폰 앱을 그때그때 체크하는 식이다. 이 씨는 "업무시간이 지나면 알람은 울리지 않지만, 퇴근 이후에도 업무를 보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루 중 몇시까지 회사생활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라면 보통은 출퇴근 고민 해소, 개스값 절약, 유연한 시간 관리, 편안한 옷차림 등의 장점이 떠오르지만 반대로 근무시간이 증가하고, 회의 횟수는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자고 도입한 제도지만 오히려 업무 스트레스를 키워 피로감과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Burnout)' 증후군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전 세계 약 310만 명의 근로자 업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이후 재택 근무자의 근로시간이 하루 평균 48.5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또 온라인을 통한 회의 횟수는 팬데믹이전보다 13.5% 늘어났고,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도 12.9% 증가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제프리 폴저 교수는 "재택근무에 따른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가 커진 점이 확인됐다"며 "일상생활과 직장근무가 공존하는 집에서 근로자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샌호세, 시카고 등 미국의 대도시와 런던, 파리, 로마, 제네바, 텔아비브 등 유럽과 중동의 총 16개 대도시에 위치한 2만1000여개 기업에서 근무하는 약 310만명 근로자의 근무 및 회의 일정과 이메일 수신 자료를 지역별로 락다운이 이뤄지기 8주 전까지 소급 추적해 분석에 활용했다.

그 결과 근로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통계는 회의에 쓰는 시간이 하루 평균 약 20분, 11.5% 줄어든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 경영 컨설팅 업체인 '플렉스 스트래티지 그룹'의 칼리 윌리엄스 요스트 대표는 "경제와 고용을 걱정하는 근로자들의 심리상 이메일에 즉각 응답하고,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이나 '슬랙'에 항상 연결돼 있으려고 한다"며 "안락해야 할 집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번아웃과 긴장 상태가 혼재된 가혹한 근무처로 변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해원 변호사는 한인 업주들을 위해 "재택근무 시 근로자는 사무실 근무보다 긴 시간을 일할 가능성이 높고, 식사나 휴식시간도 잘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사내 근무시간 관리 프로그램이 없다면 별도로 양식을 만들어 이에 맞게 작성해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부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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