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엘몬티 사건'은 지금도 진행중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당시 소매 업체들도 소송·벌금
일부 한인 업체도 위반 '요주의'

“조심해야 한다. 매우 위험한 곳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달라.”

봉제 공장 내부 구조가 상세히 그려진 제보 편지에 적혀있던 문장이다. 당시 가주노동청 티케이 김 감독관은 이 편지를 손에 넣었다. 이는 1995년 ‘현대판 노예’ 범죄로 불리며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엘몬티 봉제 공장 노동자 착취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본지 8월6일자 A-1.2면>

수십 년 전 일이라고 해서 과거 사건으로만 치부하면 안 된다.

당시 태국인 72명을 감금, 폭행하며 수년간 노동력을 착취한 업체(S&K Fashion)의 고용주들은 징역형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450만 달러의 피해 보상까지 해야 했다. 25년 전의 450만 달러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758만 달러(연방노동부 자료 참고)다.

수백만 달러의 피해 보상액은 당시 중국계-타이계 악덕 고용주만 책임을 진 게 아니었다. 착취 업체로부터 물품(의류)을 받아 팔았던 소매 업체들 역시 거액의 벌금은 물론 각종 민사 소송에도 휘말렸다.

당시 엘몬티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기에 법원이 징벌성 판결을 내린 것일까. 아니다.

연방 노동법에는 ‘핫 굿(hot good·훔친 물건)’ 규정이 있다.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물품은 단어 의미 그대로 도둑질한 것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이 규정은 쉽게 말해 하청 업체의 노동법 위반 과실을 원청 업체에도 지우는 일종의 ‘연대 책임’이다.

지난해 12월 LA지역 한인들이 운영하는 의류 제조 업체 G사, 봉제 업체 A사, J사 등이 잇따라 합의 판결을 통해 수십만 달러를 낸 것도 이 규정 때문이었다.

<본지 2019년 12월5일 A-1면>

핫굿 단속은 당시 엘몬티 사건으로 인해 연방 차원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가주에서도 지난 2000년부터 유사 내용의 법 ‘AB633’이 시행중이다.

올해는 엘몬티 사건 25주년이다. 오는 29일부터 LA소셜저스티스박물관에서는 당시 자료 등을 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까지 열린다. 역사적 고찰과 함께 공교롭게도 더욱 강화된 봉제 노동자 보호 법안(SB1399)까지 가주 의회에 상정,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봉제 업계의 만연한 작업 방식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봉제 업계에서는 ‘피스 레이트(piece-rate)’ 작업 방식을 통해 작업한 의류 1장당 임금을 계산한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노동자가 받는 돈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 만약 SB1399가 최종 통과되면 봉제 업계는 임금 체계를 시간당 지급으로 바꿔야 한다.

극단의 사례지만 엘몬티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옷 한 벌에 고작 5~7센트만 받고 일했다.

‘노동력 착취 현장(sweatshop)’에는 땀 대신 슬픈 눈물이 흐른다.

25년 전 엘몬티 사건을 과거로만 보면 안 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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