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증오범죄 ‘남 일’ 아니다

AAAJ 애틀랜타
전국적으로 피해사례 급증
“경험 공유하고 이슈화해야”

사업차 플로리다를 방문한 한인 모녀는 잠시 스타벅스에 머물렀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에 앉은 4명의 다른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입을 가리고 셔츠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딸 김 모 씨는 “이들은 역겨운 표정으로 나와 엄마를 바라봤다”며 “웃고 조롱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왔다’고 까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를 들고 매장을 빠져나올 때 까지 이런 모습은 계속됐다. 외출하기 전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책 중에 우연히 동네에서 만난 중년의 백인 여성에게 인사를 건넨 박모씨는 그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굿모닝이라는 인사 대신 XX라는 욕설과 함께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 그를 피한 그는 며칠 뒤 커뮤니티 안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이번에도 해당 여성은 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는 “경찰에는 신고하지 못했다. 그는 같은 콘도에 사는 것 같았다”며 “콘도 매니저에게 해당 사실을 이메일로 보내 불만을 제기했지만, 이메일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했다. 이후로 동네에 나가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LA나 뉴욕 대도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 지부가 지난해 수집한 한인을 포함한 애틀랜타 아시안 증오범죄 사례 중 일부다. 크게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아시안들이 증오범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샬롯의 한인 운영 편의점에서 흑인 남성이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됐다. 특히 편의점 주인 성열문 캐롤라이나 연합회 이사장에게는 “XX 중국 놈들아,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는 크게 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가 조사한 미국 16개 대도시의 증오범죄 건수는 2019년보다 7% 감소했다. 그러나 아시아계를 향한 관련 범죄는 149%나 늘었다. 차별이 이뤄지는 장소는 직장(35.4%), 공공장소(25.3%), 공원(9.8%), 대중교통(9.2%) 등 공개된 장소가 대부분이었다. 언어 차별(68.1%), 기피(20.5%), 물리적 폭력(11.1%) 등 피해 유형도 다양했다.

인종도 다양했다.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에 따르면 중국계(42.2%), 한국계(14.8%), 베트남계(8.5%) 등이 많았다. 애틀랜타에서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여성 6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LA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잇따라 한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하면서 책임을 중국에 돌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윗과 발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중국 바이러스’ ‘쿵후 바이러스’ 등의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한 아시안 커뮤니티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통계·정책연구를 제공하는 단체 ‘AAPI 데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오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API 응답자 2017명 가운데 증오범죄나 괴롭힘, 차별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71%를 차지했다. 그러나 신고에 부담을 느낀다는 AAPI응답자는 35%에 달했다. 이와 관련, ‘AAPI 데이터’ 설립자 카르틱 라마크리슈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아시아계가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보복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나 가족에게 원치 않는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전국 아시아·태평양계 정신건강협회’ 국장 D. J. 아이다 박사도 “젊은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들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한다”라며 또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 지부의 제임스 우 대외협력 디렉터는 “아시안 증오범죄 사건 사례들을 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피해를 봐도 그냥 넘어갔다는 피해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우 디렉터는 “누구에게는 장난으로 지나가면서 하는 행동이지만, 우리에게는 트라우마와 공포, 그리고 상처를 남기는 일들”이라면서 “우리의 권리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이슈들을 공유하고,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권순우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오늘의 핫이슈

Video News

핫딜 더보기

이 글을 공유하려면 링크를 복사하여 붙여넣으세요.
복사를 누르시면 자동 복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