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한인들 ‘차별금지 빌보드’

애슨스에 대형 광고판 설치
4000불 모금, 직접 디자인해

애슨스의 엡스 브릿지 로드 선상에 있는 빌보드 앞에서 아시안 권익을 높이자는 내용의 빌보드 광고를 제작해 게재한 한인들이 한자리에 섰다. 사진 왼쪽부터 이수정, 이재경, 최수영, 박설희 씨. 사진제공 이재경.
지난 5일 애슨스시 초입 엡스 브리지 파크웨이에 한 대형 옥외 광고판이 올라왔다. “우리는 모두 이곳에 속해 있다(We all belong here)” “#아시아계 증오를 중단하라(#Stop Aisan hate)”는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판은 애슨스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여성 박설희, 이수정, 이재경, 최수영 씨가 세웠다.

이들은 2~1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엄마들이다. 조지아대(UGA) 수의대 교수인 이재경 씨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6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접하고 애슨스 지역 한인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경찰이 마치 살인 용의자의 편을 드는 것처럼 이야기해 너무 화가 났다.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빌보드를 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 사람이 의견을 모으니 주변에서 동참하겠다는 연락이 이어졌다. 이씨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펀드미 계정을 개설해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목표액은 이틀 만에 달성했다. 3855달러가 모이자 모금을 종료했다. 이씨는 “대략적인 예산을 잡아보니 3500달러 정도면 빌보드, 온라인 광고 등이 가능하길래 급한 대로 목표 금액을 최소로 잡았는데 금방 달성해서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은 애슨스 지역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엡스 브리지 파크웨이에 광고를 냈다. 지난 5일부터 2주 동안 전광판 광고를, 오는 26일부터 한 달 동안 프린트 광고를 진행한다. 광고 디자인은 트레이더 조에서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설희 씨가 직접 작업했다.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혼자만 앓아 왔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드러냈고 혼자만 겪은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씨는 “다양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경찰에 신고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종차별적인 경험을 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이곳에 온 지 20년이 되어가는데 정신적으로 이만큼 위축된 적은 없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생각이 모두의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이씨에 따르면 일부 한인들과 지역 주민들은 지난 총격 사건에 관심을 안 갖거나, 한 개인에 국한된 사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던 이들이 이번 광고를 통해 바란 건 두 가지다. 이씨는 “나 혼자 겪고 지나 보냈다고 생각한 일들이,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경험한 일이었고 대책을 세워야 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아시아계 커뮤니티에는 우리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범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알리고 싶었고,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이슈로 끝나지 않고 아시아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아직도 증오범죄를 모른 척하고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땐 크고, 강하게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국 외교부가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범죄 대응을 위한 재외동포단체 지원사업 수요조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씨는 “우리는 조금 먼저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로서,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온 학생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국으로 온 사람들에게 이곳은 우리가 함께 사는 곳이라는 걸 계속해서 알리고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심리 상담, 법적 지원 등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은나·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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