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재ㆍ보궐 선거 참패로 비롯된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외교 현안의 당사자인 상대국들도 레임덕 위기를 맞은 문 정부와 중요한 사안을 진전시키거나 매듭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2019년 2월 북ㆍ미 정상 간 ‘하노이 노 딜’ 이후 북한은 한국을 사실상 ‘패싱’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 유연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남북관계 과속 우려에도 북한에 크고 작은 협력을 제안했지만, 모두 무시당했다.

재ㆍ보선 패배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경우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더 굳힐 가능성이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국제관계의 동력은 국내정치에서 나온다는 건 외교의 불문률이고, 특히 남북관계는 청와대에 대한 국내정치적 지지가 강할 때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법”이라며 “북한도 정권 교체기에는 선을 긋기 때문에 이제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가 확고한 목표이며, 우리는 물론 제재를 계속 이행해나갈 것”이라며 “비핵화로 가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부 외교적 방식에도 준비돼 있다”고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핵심은 양국이 과거사 갈등을 봉합하고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협력하며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었던 것으로 안다. 특히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은 납북자 문제에서,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서 성과를 내고 한ㆍ일이 함께 미국의 대북 관여를 유도하자는 취지였으며, 실제 일본 측에도 이런 생각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제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레임덕을 앞둔 문재인 정부에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거나 도박에 가까운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특히 일본은 박근혜 정부 때 맺은 양국 간 공식 합의였던 위안부 합의가 정권의 부침에 따라 무력해지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일본 측이 먼저 움직일 동력도 없고, 그럴 만한 신뢰 관계도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철희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가 결국 사법의 영역에서 결론맺어지도록 방치한 것이나 위안부 합의를 파국으로 몰고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이를 방치한 채 다음 정부에 최악으로 떨어진 한ㆍ일 관계를 물려주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또 문재인 정부가 시민사회계와 깊은 연계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최대한 넓혀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ㆍ정진우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