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왈가왈부 말라"…한국 야당 '공개 조준'한 자오리젠

윤석열 인터뷰·싱하이밍 기고문은
홍콩 관련 발언 없이 ‘사드’만 언급
그런데 '이준석 홍콩' 발언'까지 답변
'중국은 언급 말라' 한국에 공개 요구



20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홍콩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 어떤 나라·조직·개인도 왈가왈부(說三道四)할 권한이 없고, 해서도 안 된다.”
21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치권을 겨냥해 꺼내든 공개 답변이었다.

이날 중국 외교부 란팅(藍廳)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의 첫 질문권은 선전(深?) 위성TV 기자가 얻었다.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브리핑장은 영국 BBC, CNN 등 서방 기자와 즉석 질의는 사라지고 준비된 중국 관영 매체의 의도적인 질의가 늘었다. 그러면서 질문 순서와 브리핑 직후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채널 13의 보도 여부가 중국의 속내를 읽는 잣대가 됐다.




지난 12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 홍콩 문제에 대해 중국측 입장을 밝혔다는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입장문. [주한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선전TV 기자는 이날 “최근 일부 한국 정치인이 홍콩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문제에 일련의 부정적 발언을 발표했다. 중국 주한국 대사가 회견과 기고문 발표 등 방식으로 중국의 관련 입장을 밝혔다. 한국 내에는 이를 내정간섭, 한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혐의로 보는 관점이 있다. 한국 외교부 역시 중국에 신중함을 희망했다”며 중국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은 이들 관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한 뒤 홍콩 문제에 “왈가왈부 말라”고 쏘아붙였다. ‘사드’의 근본적 해결은 홍콩 발언 뒤에 나왔다. 이 발언은 브리핑 뒤 CC-TV 기자가 곧바로 CC-TV 13채널 뉴스로 방송을 탔다. 이날 브리핑의 핵심 메시지였다는 의미다.

자오 대변인의 속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터뷰(본보 15일자 1·4·5면)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반박문(본보 16일자 29면)으로 엿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에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그래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홍콩 발언은 없었다. 싱 대사의 반박문 역시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홍콩 없이 사드만 문제 삼았다.




지난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이 실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블룸버그 인터뷰 기사. 홍콩 문제에 대해 ’잔인함’이라는 이 대표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SCMP 캡처]





홍콩 발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서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잔인함(cruelty)”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강경한 용어로 중국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당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싱 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도 홍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이 대표와 싱 대사 회견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싱하이밍 대사는 홍콩 문제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였고 중국 측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2019년 이후, 외부 세력의 선동으로 홍콩의 반대파는 홍콩의 법치를 짓밟고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를 벌이며 사회의 안정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인의 홍콩 발언은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견으로부터 9일이 지난 시점에서 나왔다. 주한 중국 대사관의 반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외치는 이른바 ‘핵심이익’, 즉 주권·안보·발전이익을 거드리는 발언은 무차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홍콩을 주권 문제로 여긴다. 지난 2019년 11월 자오 대변인은 ‘파이브 아이즈’를 겨냥해 “그들인 다섯개 눈이건, 열 개건 중국의 주권·안전·발전이익에 손해를 끼친다면 창에 찔려 눈이 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비외교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중국은 초국적 법안도 시행 중이다. 지난해 6월 말 시행된 홍콩국가안전법 38조는 “홍콩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이가 홍콩 바깥에서 본 법이 규정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본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중국법을 ‘위반’했을 경우 중국 영토 입국 시 체포할 수 있다는 확대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조항이다.

여기에 이번 자오 대변인의 “왈가왈부” 발언은 공교롭게 한국의 주요 야당 정치인만 겨냥했다. 중국은 자체 기준에 따라 도움이 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을 갈라쳐 공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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