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 경제회복 걸림돌, 서플라이 체인 붕괴

미국 실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붕괴다.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인난이 해법을 찾기도 전에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다.

‘소비자는 몰려드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한 두 업종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현상이다. 서플라이 체인에 급체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원자재와 상품이 원할하게 공급되지 않자 기업들은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생활 복귀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플라이 체인 붕괴의 가장 큰 요인은 우선 운송수단 체계의 버그현상이다. 운송 선박이 모자라 운임료가 크게 올랐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5배 이상이다. 이쯤 되면 폭등 정도가 아니라 살인적이다.

용품 공급업체들은 그나마 운송할 선박조차 구하지 못해 필요한 물건을 제때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상품을 수입해 와도 산 넘어 산이다. 이번엔 트럭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소매점에 제때 물건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매상들은 이에 따라 배송일자를 예정일 보다 늦추거나, 상품을 주문량보다 적게 배분하고 있다.

이는 곧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소매점들은 한꺼번에 물건을 많이 사면 할인 혜택을 받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인기 품목은 도매상에서 배정하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딜(Deal)을 할 수 없으니 소매가격 인상은 당연하다.

원자재나 부품 부족도 가뜩이나 기업주를 옥죄는 요인이다. 자동차 수리업체도 필요한 부품들을 구할 수 없어 차를 수리하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 가격 폭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오른 부품들도 제때에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례로 “이전엔 전기선을 주문하면 6주면 왔는데, 요즘에는 17주는 걸린다”는 게 이들의 푸념이다.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맡겼던 일감들을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비일비재해 사업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레스토랑들도 재고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수 식재료들을 공급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재를 쓰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가격이 올라 난감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서플라이 체인 붕괴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는 지난달의 경우 1년전보다 5.4% 치솟았다. 이는 13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이다. 체감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경제학자들도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제롬 파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와 관련, 최근 연방의회에서 “가격 상승세는 일시적”이라면서도, 서플라이 체인 이상 현상의 지속여부에 달려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고난의 행군’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산업현장에서는 이와 관련, 내년 초는 지나야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곧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 데다, 해가 바뀌면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후유증이다. 갑작스럽게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서플라이 업체들은 제조 공급 라인을 줄였다. 이런 가운데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가뜩이나 델타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 경고등이 켜진 미국경제는 구인난과 서플라이 체인 붕괴가 겹쳐 응급실에 재입원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그럼에도 워싱턴 정가는 탁상행정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과 백악관은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개선보다 ‘퍼주기’ 선심행정에 더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도 구인난을 호소하는 레스토랑 주인들에게 급여 인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진통제 투입보다는 약해진 체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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