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쥴리 벽화 건물주 "정치의도 없다, 그냥 쥴리 생각났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건물에 '쥴리 벽화'를 그린 당사자 여정원(58)씨. 중앙일보는 30일 오후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여씨를 만나 쥴리 벽화를 그리게 된 이유와 정치 배후설 등에 대한 해명을 들었다. 김지혜 기자





"배후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건물에 '쥴리 벽화'를 그린 당사자 여정원(58)씨는 벽화와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과도하다고 했다. 쥴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루머에서 거론되는 이름이다.

여씨는 "나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자영업자일 뿐"이라며 "하루아침에 예고 없는 태풍이 몰아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이 그린 벽화 하나에 온 나라가 이렇게 들썩이는 게 웃기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씨는 쥴리 벽화가 그려진 건물의 소유주이자 이 건물에 들어선 홍길동 중고서점 대표다. 최근 벽화를 그린 작가에게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문구를 포함할 것을 지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두고 종종 서울을 오간다"며 "22년 동안 임대 사업을 했고, 그 사이 17~18년 정도 예식·호텔업을 했다. 누가 뭐래도 정치적 의도나 배후는 없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종로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여씨는 "예상치 못하게 쥴리 벽화의 파장이 너무 커져 그리게 된 연유 등을 해명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여씨와의 일문일답.



서울 종로구 관철동 건물에 '쥴리 벽화'를 그린 당사자 여정원(58)씨를 30일 오후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지혜 기자






Q : 문제의 벽화를 언제 어떻게 그리게 됐나.
A : 7월 12일 벽화를 그리기 시작해 완성까지 보름 정도가 걸렸다. 처음부터 쥴리 벽화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게 아니다. 재작년쯤 호주 멜버른으로 여행을 갔는데 벽화 거리에서 봤던 그림을 몇 개 뽑아 작가에게 의뢰했다. 그림이 완성될 무렵 재미있는 문구를 넣고 싶었다. 풍자적 의미로 쥴리라는 화두를 던져야겠다 싶었다.


Q : 왜 하필 쥴리인가.
A :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즐겨 보는데 최근 유튜브에선 쥴리 콘텐트가 도배돼 있었다. 별다른 의도 없이 그냥 쥴리 생각이 났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 윤 전 총장 부인이 직접 나서 본인은 쥴리가 아니라고 해명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쥴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표현한 것이다. 대선 주자라면 국민에게 검증받을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정원(58)씨가 '쥴리 벽화'를 그리기 전 착안했다는 호주 멜버른 벽화거리 그림들. 여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쥴리 벽화를 기획해 그린 게 아니다″라며 ″막판에 재미있는 사회 풍자적 문구를 넣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여씨






Q : 화두를 던지는 방식으로 왜 벽화를 택했나.
A : 원래 벽화를 좋아한다. 벽화를 자동으로 그려주는 기계도 사서 갖고 있을 정도다. 벽화는 적은 돈을 들여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데다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벽화가 그려진 곳은 관광지나 포토존이 되기도 하지 않나. 예전에 수련원과 어린이 테마파크 등을 운영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벽화 많이 그렸다. 이번 서점 앞 벽화는 기계가 고장 나 작가에게 의뢰하게 됐다. 총 6점, 부가세까지 포함해 정확히 385만원 들었다.


Q : 벽화 속 문구가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나.
A : 전혀 못 했다.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가 페이스북 글에서 쥴리 벽화를 언급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지 않았나. 지 대표랑은 최근 친분을 쌓게 됐는데 오히려 난 글을 올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 대표가 사흘 전쯤 "이 글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처음엔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하니 신났다. 근데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 예상 못 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연상케 해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벽화의 문구를 30일 서점 직원이 지우고 있다. 조해언 인턴기자






Q :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문구를 지우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있는지.
A : 원래는 반발심에 끝까지 가볼까 했다. 그런데 사업하는 사람이라 시끄럽고 골치 아픈 게 싫다. 여야에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고 지인들에게 전화도 계속 왔다. 내가 쓴 문구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면 한발 물러서 지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피곤하다고 사직서 쓸까 겁났다. 사람 구하기 힘들다.


Q : 왜 벽화 전체가 아닌 문구만 지웠나.
A : 각 그림당 64만원이 들었다. 난 논란이 된 문구는 지웠고 그림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 벽화가 화제가 된 만큼 덧칠한 흔적도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쥴리 벽화'를 그린 당사자 여정원(58)씨가 이르면 30일 서점 앞에 내걸 예정이었던 현수막 도안. 오른쪽에 윤 전 총장을 조롱하는 윤짜장 패러디가 있다. 김지혜 기자






Q : '윤짜장' 현수막을 걸겠다고 예고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A : 나를 자꾸 매도하니까 오기가 생겼다. 어제 오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제작 주문을 넣었다. 민중의 소리가 자꾸 묵살되니 통탄할 일 아닌가. 그래서 '통곡의 벽'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또 논란이 되면 안 되니 오늘이나 내일 현수막이 오면 윤짜장 마크를 오려낸 뒤 내걸겠다.


Q : 배후설도 제기됐다.
A : 배후 찾아낸다면 내가 10억원을 주겠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적 의도나 배후 전혀 없다.


Q :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 말했다.
A : 벽화나 그라피티 문화를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원래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하고 세련되지 않은 거다. 사회에서 막 떠드는 얘기들을 검증해보자는 일종의 저항이며 민중의 아우성이다. 쥴리를 인격 살인한다는 최 전 원장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 쥴리가 누구라고 확신하길래 인격 살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나.


Q : 여권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김상희 국회부의장), "금도를 넘은 표현"(이재명 경기지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A : 속으로 좋으면서 역풍 불까 봐 밑 작업하는 거라고 본다. 이거야말로 가소롭지 않나.




'쥴리 벽화'를 그린 여정원(58)씨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Q :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A : 난 내 벽에다가 풍자한 것뿐이다. 날 잡아먹으려 안달하거나 희생 또는 영웅으로 미화할 필요가 없다. 내가 광주 출신이라고 '역시 진보'라고 하던데 이거야말로 편협한 지역주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 모두 '통곡의 벽'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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