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광장]]나의 작은 소원

작은 소원을 성취했다. 자가 이발이다. 중이 자기 머리는 깎지 못한다고 했으나 나는 스스로 머리를 깎는다.

이발소에 앉아서 지루하게 기다리지 않고, 손님들이 다 같이 쓰는 가운을 두르거나, 머리카락이 옷에 묻은 것을 꺼리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곳에 가지 않아서 좋다.

자가 이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스스로 머리를 깎으려다 실패했다. 어설픈 목수가 눈짐작으로 의자의 네 다리를 자르다가 짝짝이 된 것처럼, 나는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밀다가 짝짝이 되어 머리를 박박 밀어버렸다.

아내가 나를 보았다. 중과 같이 살 수 없으니 절로 가라고 해서 집을 나왔다. 도서관에 가서 온종일 있다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갔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왔다니까, 아내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갔냐고 묻는다. 둘이 먹다 하나가 쓰러져도 모르게 넘어갔다고 했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어버린다.

한동안 모자를 쓰고 다녔다. 교회에서 예배 시간에 모자를 벗어야 되나 쓰고 있나 고민했다. 사람들이 왜 삭발을 했나 자꾸만 묻는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위기가 닥치거나 결심을 나타내기 위하여 삭발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삭발할 이유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코로나로 인하여 작년에 한 동안 이발소가 문을 닫았다. 자가 이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나는 다루기 쉬운 가장 작은 이발기를 장만했다. 처음에는 3번 빗으로 옆머리를 올려 밀고, 그 다음 2번 빗으로 귀 둘레를 다듬었다. 앞머리는 가위로 잘랐다.

문제는 뒷머리였다. 거울을 보며 뒷머리를 미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아내를 부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부르지 않았다. 장님처럼 손을 대고 미는 기술(?)을 터득했다.

이제는 내 맘대로 머리를 깎는다. 싱크대 안에 신문지 한 장을 깔면 된다. 옷을 벗지 않고 엎딘 자세로 머리를 깎고 샴푸로 머리를 마사지해준다. 머리를 두 주에 한 번 그리고 기분전환을 위하여 열흘에 한 번도 깎는다. 면도할 때도 이발기로 귀 둘레를 다듬어준다. 자동 청소기가 달린 독일제 전기 면도를 14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매년 면도날 부속만 갈아준다. 독일 사람의 정밀기계 제작 기술을 짐작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나의 작품에 만족하고 있는가. 졸작이다. 들쭉날쭉, 이발사가 깎은 머리와 비교할 수 없다. 자가 이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우면 이발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나는 머리숱이 없기 때문에 자가 이발이 가능하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이 모두 대머리다. 나는 대머리는 아니지만, 머리숱이 별로 없고 머리카락이 가늘고 부드럽다. 말을 잘 듣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좋은 샴푸를 사용하여 머리를 자주 감아주고, 아침저녁으로 끝이 뭉툭한 빗으로 머리 표피를 긁어주고, 운동과 영양섭취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면 머리가 덜 빠진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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